"경쟁사 광고 레퍼런스 모으고, 눈에 띄는 카피 뽑고, 디자이너 넘길 비주얼 기획안까지… 이거 사흘은 그냥 갑니다."
마케팅팀 크루의 이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상품명과 타겟만 넣으면 AI가 광고 카피와 비주얼 가이드를 뽑아주는 서비스. 그렇게 구상하게 된 것이 나와플레이의 새 프로젝트 Nawaplay Adify다. 아이디어는 심플했지만, 막상 설계에 들어가 보니 “카피 써줘” 한 줄짜리 프롬프트로는 어림도 없었다. AI는 종종 그럴싸한 거짓말을 하고, 광고 플랫폼 규칙은 예고 없이 바뀌고, 마케터의 '운영 피로도'는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변수였다. 그 셋을 붙잡고 씨름한 아키텍처 설계 기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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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가 죽어도 셋은 산다 — 도메인 4개로 쪼갠 이유
가장 두려웠던 시나리오는 이거였다. 외부 광고 플랫폼의 정책이 바뀌어 수집 기능이 멈추거나 AI API가 과부하로 삐끗했을 때, 정작 마케터가 기획안을 쓰고 있는 메인 화면까지 같이 멈춰버리는 것. 부품 하나 고장났다고 자동차 전체가 시동이 꺼지면 곤란하지 않은가.
그래서 책임을 4개 도메인으로 완전히 나눴다.
- 수집: 공식 광고 라이브러리 API와 어드민 벌크 업로드로 원본 광고를 모아
Raw Ads DB에 적재. 비동기 큐 뒤에 숨겨둬서, 여기서 사고가 나도 다른 도메인은 평온하다. - 분석: 언어 AI와 이미지 인식 AI로 톤, 구도, OCR 텍스트, 후킹 포인트를 뜯어 구조화된 JSON으로 저장. 같은 이미지 두 번 분석하지 않도록 캐싱 계층을 뒀다.
- 매칭: 사용자 인풋과 코사인 유사도가 가까운 성공 사례를 벡터 검색으로 실시간 매칭.
- 생성: 찾아낸 성공 공식을 바탕으로 기획안과 목업을 렌더링.
레고 블록처럼 쪼개둔 덕분에, 나중에 분석용 AI 모델을 갈아치우든 수집 소스를 하나 더 붙이든 다른 블록은 건드릴 필요가 없다.

2. 크롤러 대신 협상 — 안 막히는 길을 골랐다
경쟁사 광고를 모으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공식 API를 쓰거나, 헤드리스 브라우저로 직접 긁거나. 개발자 입장에선 쿼리 제한 없는 스크래핑이 유혹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SNS 플랫폼은 크롤러 차단에 진심인 편이고, 실제로 이 방식은 일주일에 한 번꼴로 깨질 가능성이 컸다. 크롤러가 죽을 때마다 멈추는 건 우리 서버가 아니라 마케터의 업무다.
개발 공수를 조금 아끼는 것보다, 운영자가 매주 “또 안 돼요?”라고 묻지 않아도 되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공식 API를 메인 파이프라인으로 세워 차단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거의 없앴고, API가 놓치는 영역은 어드민에서 클릭 몇 번으로 이미지·텍스트를 올릴 수 있는 벌크 업로드 도구로 메웠다. 안정성은 API가, 유연성은 사람 손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인 셈이다.
3. 한 번 쓰고 버릴 데이터가 아니라, 돈 버는 법을 기억하는 DB
수많은 AI 마케팅 툴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이유는 결과물이 그날로 휘발되기 때문이다. 오늘 만든 카피가 대박이 났인지 쪽박을 찼인지 시스템이 까먹으면, AI는 매번 첫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데이터가 쌓일수록 똑똑해지는 구조로 스키마를 짰다.
- 원본 광고가
RAW_ADVERTISEMENTS로 들어온다. - AI가 패턴과 시각 요소를 뽑아
ANALYZED_AD_PATTERNS로 구조화한다. - 실제 집행 후 ROAS(광고비 대비 매출)가 검증된 소재는 운영자가
AD_PLAYBOOKS, 즉 '골든 플레이북'으로 승격시킨다. - 매칭·생성 도메인은 새 기획안을 만들 때 골든 플레이북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준다.
마케터가 성과 데이터를 꾸준히 되먹임(backfill)할수록 추천 품질이 스스로 올라가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AI가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성공을 기억하게 만든 것에 가깝다.
이 구조를 통해 마케터가 최종적으로 받아보는 결과물은 네 단계로 구성된다.
- 시장분석 — 유사 카테고리 경쟁 광고의 흐름과 톤을 정리한 리포트
- 크리에이티브 플레이북 — 검증된 후킹 카피와 비주얼 패턴 모음
- 비즈니스 시사점 — 데이터가 말해주는 “그래서 우리 제품은 이렇게 포지셔닝해야 한다”는 해석
- 맞춤형 기획안 제안 — 위 세 가지를 종합한, 바로 실행 가능한 광고 초안
리포트 한 장이 아니라 '분석 → 해석 → 실행안'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원색과 굵은 선 — 검수 화면은 이렇게 그리고 있다
아직 실제 화면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나와플레이의 대표 서비스 '점심어때'의 비주얼 톤을 이어받아 네오 브루탈리즘 방향으로 UI를 설계할 계획이다. 두꺼운 검은 테두리, 플랫한 원색 블록, 인위적인 그림자 대신 확실한 명암 대비는 복잡한 대시보드에서도 시선을 붙잡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리 공을 들여 스케치해 둔 것은 AI가 OCR이나 색상을 잘못 읽었을 때를 대비한 '검수/보정 화면' 구상이다. 원본 이미지와 AI의 JSON 분석 결과를 좌우로 나란히 두고 클릭 한 번으로 고칠 수 있게 그려두었다. 화려한 기능보다, 사람이 실수를 바로잡는 그 순간을 편하게 만드는 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마치며
현업 마케터가 진짜로 신뢰하고 쓰는 도구는 챗봇 창 하나 띄워두는 수준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외부 플랫폼이 흔들려도 버티는 도메인 분리, 쓸수록 똑똑해지는 피드백 기반 DB, 그리고 사람의 검수 노고를 덜어줄 UI 구상까지. 이 셋이 맞물릴 때 비로소 마케팅팀의 사흘을 진짜로 줄여주는 엔진이 될 것이다.
완벽한 자동화보다, 사람이 마지막에 웃으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게 Nawaplay Adify를 설계하며 다시 확인한 원칙이었다.



